칼럼/기사 Column/Articles

칼럼

[바이블시론] [바이블시론-한홍] 지하드 vs 맥월드

숨김
세계적 정치학자인 벤저민 R 바버는 이 시대를 설명하는 두 개의 핵심 축으로 부족주의(tribalism)와 세계주의(globalism)를 들었다. 먼저, 부족주의 현상의 심화를 우리는 전 세계 곳곳에서 보고 있다. 민족과 민족, 문명과 문명, 종족과 종족끼리의 충돌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있다. 이것을 지하드(아랍어로 ‘성전<聖戰>’)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화의 파도도 강력하다. 경제와 환경보호를 위해 전 세계가 공통된 하이테크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빠른 음악, 빠른 컴퓨터와 인터넷, 빠른 음식 그리고 MTV, 애플, 맥도날드, SNS, 스타벅스가 세계를 하나로 연결시켜 주고 있다. 바버는 이것을 ‘맥월드(McWorld)’ 현상으로 표현한다. 월드컵은 부족·세계주의 혼합 자, 이러니 지구촌은 갈수록 지하드와 맥월드가 팽팽하게 공존하는, 즉 서로 갈라지는 것 같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하나가 되어 가는 희한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브라질에서 막이 오른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좋은 예이다. 지구촌 전체를 들썩이게 하는 월드컵을 보면 바로 이 부족주의와 세계주의의 퓨전을 보는 것 같다. 스포츠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부족주의의 극치가 부족끼리의 충돌 아닌가. 자국의 자존심이 걸렸기 때문에 선수나 국민 모두 열광한다. 2002년 월드컵 개막전처럼 약소국인 아프리카 세네갈 같은 국가도 단 90분의 공차기로 최강 선진국 프랑스 같은 나라를 꺾어 잠시나마 자신들이 더 우월하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신비한 마술이 바로 축구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FIFA라는 거대한 조직은 이 총성 없는 전쟁의 판을 벌여놓고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수많은 글로벌 기업은 자사 브랜드를 세계에 홍보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 전 세계 언론과 응원단이 한 곳에 모여 함께 떠들썩하게 월드컵 기간을 보낸다. 지하드와 맥월드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21세기 세계의 실체를 월드컵은 보여주고 있다. 한 환경단체의 슬로건처럼 이제는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되어 간다. 성경은 마지막 시대로 갈수록 나라와 나라, 민족과 민족이 서로 갈라지고 부딪치는 전쟁과 기근이 극심해질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나라들이 뜻을 같이하고 힘을 한데 모으는 현상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한다. 나라마다 표면적 언어와 문화가 다를 뿐 그 뒤에는 돈과 음란과 폭력을 숭상하는 바벨론적 가치관의 공통분모가 꿈틀거리고 있다. 바벨론은 하나님을 대적하기 위해 전 세계 인간들이 힘을 모아 하나의 언어, 하나의 문명으로 하늘을 찌르는 탑을 만들자는 창세기의 ‘바벨탑’ 정신에 기인한 것이다. 바버가 말한 지하드와 맥월드가 희한하게 공존하는 시대, 유엔이나 세계은행이나 FIFA같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세계를 하나로 엮자는 시대가 성경에는 오래전부터 예언되어 있었고, 우리는 그 소용돌이 속에 이미 깊이 들어와 있다. 바른 가치관으로 하나 돼야 축구로 세계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순진한 생각이다. 월드컵을 치른 뒤 나라와 나라, 민족과 민족이 더 화목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나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올림픽과 월드컵이라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는 잠시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하는 마취제 같은 것일 뿐, 우리는 그 밑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지하드와 맥월드의 이기적인 파트너십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글로벌 기업들을 가졌지만 단일민족 정신에 기인한 배타주의가 극심하지 않은가. 내 나라가 귀한 만큼 다른 나라도 귀하다는 마음. ‘세계가 무엇을 위하여 하나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고민. 세계가 하나 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바른 가치관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좀 하고 살자. 한홍 새로운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