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세계에서 3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는 미국인들이 어릴 때부터 친숙하게 듣고 자라온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비틀면서 시작한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악한 녹색 마녀로 나왔던 엘파바는 사실은 부모의 잘못 때문에 초록색 피부로 태어났을 뿐인데 그녀를 괴롭히는 세상에 의해 악한 마녀로 내몰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 대가로 모든 것을 잃고 오즈 왕국에서 쫓겨나지만 사회적 소수파(동물들)와 연대하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라는 부당한 권력에 당당하게 맞선다.
비슷한 맥락의 영화가 디즈니의 ‘밀리퍼센트’다. 여기서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악한 마녀로만 묘사되었던 밀리퍼센트가 어릴 때는 착한 요정이었는데 사랑했던 인간에게 배신당해 두 날개를 잃고 난 뒤 복수심에 사로잡혀 자신을 배신하여 왕이 된 사람의 딸에게 저주를 걸어버린다. 하지만 곧 후회에 빠져 어떻게든 그 저주를 풀려고 노력하지만 오히려 왕이 끝까지 그녀를 죽이려 한다. 수년 전 인기를 몰았던 대박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분명히 미실이 악역인데도 시나리오 전개는 그녀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오히려 그녀를 선덕여왕보다 더 매력적인 리더로 그렸다.
사연 없는 악인이 없다지만
요즘 히트하고 있는 국내외 드라마와 영화들만 봐도 느껴지는 이 시대의 성향은 악을 너무 이해해 주려 한다는 것이다. 동성애는 잘못된 게 아니고 그냥 타고난 성적 취향이 다를 뿐이므로 동성애자들을 이해해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어야 한다고 한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이슬람 테러단체 IS는 죄 없는 민간인들을 참수하면서 미국과 서구 열강들의 군사폭격 때문에 자신들이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힘없는 대리기사를 술 먹고 폭행해도 세월호 유가족이기 때문에 이해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인권을 탄압해도 그건 남한과 다른 나라들이 북한을 고립시키고 적대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업들이 탈세하면서 우리나라같이 비현실적인 세법을 고지식하게 따랐다가는 파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탈하고 겸손한 프란치스코 교황 한 사람 때문에 가톨릭 사제들의 수많은 성추문과 바티칸의 검은 지하경제와의 연계를 없는 것처럼 하며, 가톨릭을 아주 매력적인 종교로 받아들이자 한다.
하나님은 흔들리지 않는 절대자
세상에 사연 없는 악인이 어디에 있는가.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 대로 모든 죄인들에게도 나름대로의 가슴 아픈 스토리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악을 이런 식으로 이해해주고, 설명해주고, 변호해주기 시작하면 세상의 정의와 질서는 뿌리부터 흔들린다. 물론 모든 것을 흑백논리로만 보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선과 악의 기준이 너무 모호해져 버린 세상은 정말 혼란하고 불안스럽다. 북극성은 타협 없이 북쪽에만 있어야 한다. 북극성이 남에도 있을 수 있고, 서에도 있을 수 있다고 한다면 북극성을 푯대로 삼고 항해하던 고대의 배들은 모두 좌초되었을 것이다.
왜 하나님을 절대자라고 하는가? 어떤 상황에서도 북극성처럼 흔들리지 않는 절대 가치를 갖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 절대자의 절대 가치, 절대 기준이 피조물인 우리 인간들에게도 흘러들어와 이 땅의 도덕과 정의의 기초를 세운 것이다. 물론 우리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우리가 만드는 정의의 기준이 항상 옳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예외 없이 인정하고 붙잡아야 할 마지막 선은 확실히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상황이 나를(혹은 그를)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만들었다”는 식의 논리를 너나없이 휘두르기 시작하면 세상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성경은 바로 모든 인간이 붙잡아야 할 바로 그 절대 가치요 기준이다.
한홍 새로운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