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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바이블시론-한홍] 진짜 소중한 가치

숨김
최근 우리 한국식 교육 시스템에 빨간불이 켜지는 사건들이 잇달아 터졌다. 먼저 영훈국제중 입시 비리 사건이 있었다. 학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를 고려해 학교가 입학시험 성적을 조작해준 것이다. 그리고 지난 5월 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 SAT 주관사인 칼리지보드가 한국에서 치러지는 5월 시험을 전격 취소시켰다. 국내 몇몇 SAT 학원들의 문제유출 혐의 때문이었다. 2007년에도 문제유출 사실이 확인돼 응시자 900명의 성적이 전부 취소당한 적도 있는데,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적자생존 교육방식 지양해야

  수년 전 미국 교포사회에서도 프린스턴 대학 입학이 확정된 한국 학생들이 남은 고등학교 성적을 더 잘 받기 위해 학교 컴퓨터로 침입해 성적을 조작하려다 발각돼 대학 입학 허가가 전격 취소된 일이 있다. 부자일수록 돈 욕심이 많다더니,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오히려 부정행위를 더 하는 경우가 많으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이런 교육 부정으로 성공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하면 이것은 훗날 모두에게 비극이 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뛰어난 학교들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고통과 환희와 슬픔에 대한 감각, 생명, 정신, 꿈, 의미, 함께 살아가는 법 등을 강력히 주입하며 예술과 문학과 자기 존중과 호기심, 협동심을 끊임없이 불어넣어주려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영재교육은 영재들이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고 이웃과 함께 잘 어울려 살아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이 자랑하는 교육 시스템이라는 것은 끝없는 경쟁과 적자생존 방식에 익숙해지는 전투적 수재가 되라고 아이들을 몰아붙이는 것이 아닌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인기 TV 드라마 ‘여왕의 교실’은 바로 그런 냉혹한 승부사적 교육의 비정함을 화두로 하고 있다. 부모도 학교도 사회도 모두 그렇게 몰아가면 비단 못하는 아이들뿐 아니라 잘하는 아이들도 숨이 가빠서 넘어지고, 다치고, 튀어 나가게 되어 나중엔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상처투성이 영혼들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미국의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들에 진학한 한국 학생 태반의 성적이 최하위권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 한국 10대들의 자살률이 톱랭킹인 것이다. 얼마 전 딸아이의 고등학교 졸업식에 갔었는데, 졸업생 중에는 졸업 가운 위에 빨간색과 노란색 띠를 두르거나 메달을 건 아이들이 있었다. 우등생과 장학금 수여자들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그 학교는 졸업생 모두 졸업장을 받으면서 소감을 한 마디씩 하게 했다. 처음에는 속으로 “대표학생 한 명만 연설하면 됐지, 저 많은 아이들을 왜 일일이 다 마이크를 잡게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사랑과 따뜻한 심장 회복하길

  학생들 소감발표 하나하나가 매우 감동적이었다. 자신을 키워준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 친구들,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눈물짓는 그 이야기 하나하나를 들으며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빨강 노랑 띠나 메달이 없는 아이들이 오히려 더 감사가 풍성했다. 우리는 성적순으로 인간을 평가하지만 하나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아름답게 만드셨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스토리는 우주처럼 소중하고, 그 스토리들이 함께 모자이크를 만들 때 그게 진짜 살아 있는 감동의 역사가 된다. ‘어떻게든 이기면 된다’는 적자생존의 교육방식에 이제 그만 마침표를 찍을 때도 됐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방법은 경쟁과 개인을 강조하는 이성이 아니라 사랑과 긍휼, 그리고 공동체를 향한 마음과 따뜻한 심장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가장 시급히 붙들어야 할 진짜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  

한홍 새로운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