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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바이블시론-한홍] 송정미와 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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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한홍] 송정미와 싸이

  나는 음악을 사랑하는 목사다. CCM뿐 아니라 클래식과 팝과 재즈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 감상이 취미다. 최근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타 악동뮤지션, 버스커버스커, 울랄라세션의 음악들도 유튜브로 챙겨 보았다. 그러니까 내가 율법주의적 종교적 잣대로 일반 음악들을 정죄하는 그런 꽉 막힌 사람은 아니라는 변명을 먼저 해두고 싶다. 찬송가나 복음성가에 담긴 거룩함의 기준을 일반 음악에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안다.

문화, 도 넘으면 영혼 병들게 해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발표된 지 열흘도 안 되어 유튜브 조회수 2억회를 돌파해 버린 싸이의 ‘젠틀맨’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다. 동아대 정희준 교수는 여성이 하얀 소스를 바른 어묵을 물고 있는 장면 등을 예로 들면서 싸이의 뮤직 비디오는 곳곳에 노골적인 성적 코드를 심어놓은 ‘포르노 한류’가 아닌가 하고 지적했다. 손에 방귀를 뀌어서 그것을 도서관에 앉은 여성의 얼굴에 댄다거나, 여성들의 비키니수영복 끈을 뒤에서 풀어버리고, 주차금지 시설물을 발로 걷어차 버리며, 의자에 앉으려는 여성의 의자를 뒤로 빼버린다거나 하는 너무나 무례한 장난질을 단순히 가상설정이고, 유머니까 그냥 웃고 넘어가야만 하는지. 이런 것들을 지적하면 따분한 기성세대 ‘꼰대’들의 생각이라고 맞받아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어차피 싸이의 코드가 B급 문화인데 뭘 더 바라느냐는 거다. 그럼 젊은이들의 문화니까, 재미니까, 초특급 글로벌 한류 스타니까 감히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다 침묵해야 하는가. 싸이는 자기의 사랑하는 아내나 딸에게 다른 남자들이 그런 장난질을 쳐도 문화고 유머니까 관대히 웃어넘길 수 있을까. 적어도 우리 크리스천들만큼은 시대문화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대충 넘어가선 안 되는 것 아닐까. 우리 모두 ‘강남 스타일’의 세계적 인기에 너무 흥분하지만 말자. 할리우드 문화도 세계를 제패했지만 동시에 미국이 폭력과 섹스와 돈과 마약으로 가득한 듯한 이미지를 세계인들에게 심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문화도 도를 넘으면 영혼을 병들게 한다.

진정한 음악은 영혼 담아야

싸이 열풍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착잡하던 내 마음을 잔잔히 위로해 준 것은 지난주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송정미의 25주년 콘서트였다. 박종호, 최덕신 등과 함께 90년대 한국 CCM의 전설 송정미. 어느새 불혹의 나이를 훌쩍 뛰어넘은 그녀의 콘서트는 수만명을 상암경기장에 모아놓고 열광시키는 싸이의 것과는 달리 수백석의 소극장을 채운 아담한 규모였지만, 감동은 남달랐다. 가히 한국의 휘트니 휴스턴이라 할 정도의 엄청난 성량을 가진 그녀는 ‘기름 부으심’ 같은 대곡을 할 때는 폭발적 장엄함을 뿜어냈고, ‘복 있는 사람’ 같은 시편 찬양을 할 때는 잔잔한 물가로 청중을 데려가는 젠틀함이 있었다. 성대결절을 당한 아픔의 시간에 탄생한 국민 CCM ‘축복송’, 노숙인들을 가슴에 품고 만들어낸 ‘서울역’,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며 만든 ‘오 대한민국’은 모두 울컥하는 감동의 스토리를 흠뻑 담아 청중을 압도했다. 또한 세련되고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국악과 클래식, 팝 밴드의 절묘한 퓨전에 전설의 기타리스트 함춘호씨의 하모니가 기가 막혔다. 치밀한 기획과 구성, 청중을 끌어안는 따뜻한 멘트와 유머까지 정말 오랜만에 고품격 크리스천 문화 콘텐츠를 봤다. 특별한 오디션을 통해 CCM 꿈나무들을 키워 함께 무대에 서게 하고, 전체 좌석수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좌석을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그 섬세한 마음 씀씀이도 고마웠다. 마지막 앙코르송이 끝날 때, 내 눈시울은 촉촉이 젖어 있었고 나는 어느새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고 있었다. 진정한 음악은 영혼을 담아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송정미. 이런 음악의 감동을 싸이 그대는 “알랑가몰라.”

한홍 새로운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