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래세대마저 황금만능주의에 빠져… 어려서부터 합리적 소비 체질화해야
국민연금 논란과 공무원연금 개혁. 그리고 성완종 정치자금 리스트. 현재 우리나라 정치권을 마비시켜 놓고 있는 3대 이슈는 다 돈 문제다. 그뿐인가? 증권과 부동산 시세,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연말 세금정산, 안심전환대출. 요즘 돈 얘기 빼고 나면 모든 뉴스 헤드라인들이 텅 빌 것 같다.
그러나 돈을 향한 탐욕은 얼마나 많은 비극의 씨앗이 되었던가. 광야에서 유대인들은 황금송아지를 숭배하다 하나님의 진노를 샀고, 고대 이집트의 노예들은 파라오를 장식할 금을 채취하다 악취와 열기 가득한 갱도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막대한 재산을 이용해 권력을 잡으려던 로마의 크라수스는 뜨겁게 녹인 황금을 목구멍에 쏟아넣는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됐고, 잉카 제국을 정복하고 그 막대한 황금문화를 손에 넣었던 스페인의 피사로 형제 역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19세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사금을 채취하러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서 수많은 약탈과 학살의 ‘골드러시(Gold Rush)’가 있었다. 금은 그렇게 역사의 주인공 대부분을 궁지로 몰아넣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돈을 뜻하는 독일어 ‘겔트(Geld)’는 원래 지불, 복수, 형벌 등을 뜻하는 고대 작센어에서 왔다. 돈을 잘못 다루면 벌 받는다는 뜻이었다. 우리 선조들도 경성전환국 시절인 1886년 발행한 동전에 원화를 ‘Won’이 아니라 ‘Warn’으로 표기했다. ‘돈조심 하라’는 재치 있는 경구였다.
우리의 다음세대들이 너무 황금만능주의와 과소비문화의 영향을 받고 자라나는 것이 가슴 아프다. 서울에 사는 청소년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돈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기며 건전하지 못한 과시 소비형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살 때는 부모를 졸라서 산다는 경우가 거의 절반에 달한다. 특히 고급 브랜드의 신발과 학용품을 갖춰야 친구들과 어울려 기죽지 않는다고 믿는 빗나간 또래문화가 청소년의 과소비를 부추긴다. 24시간 TV와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는 현란한 광고가 이를 더 자극해 아이들이 부모 허리 휘는 것 모르고 쉴 새 없이 유명 브랜드만 찾는다.
일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들이 미안한 마음을 용돈으로 보상하려 들기 때문에 이 문제는 더 커진다. “다른 집 엄마들은 사주는데…”라고 보채는 자식들의 압력(?)에다 ‘내 자식은 최고로 키우겠다’는 부모들의 경쟁의식이 합쳐져 청소년들의 걷잡을 수 없는 모방소비문화를 만들었다. 이렇게 잘못 길들여진 소비 습관은 세월이 가도 잘 고쳐지지 않아서 우리나라 청년 카드 사용자 가운데 3분의 1은 무리한 카드 사용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세네카는 “돈이란 벌기 힘들며, 갖고 있긴 더욱 힘들고, 현명하게 쓰기는 정말로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지혜로운 경제 교육을 시켜야 한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돈에 대한 관념과 소비 습관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이미 상당 부분 형성되기 시작해 고등학생이 되기 전 결정되는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유아기부터 부모가 가정에서 직접 경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서 돈에 흐릿하면 어른이 되어 망가질 수 있으므로 어린 시절부터 합리적인 소비와 자기 신용 관리를 체질화시켜야 한다. 그 스타트는 용돈 교육이다. 자녀가 돈의 가치를 알기 시작할 무렵부터 자녀가 스스로 생계를 관리하는 책임감을 키우게 해야 한다. 이 교육을 통해 부모가 무엇보다 확실히 심어줘야 할 메시지는 “돈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라 땀 흘려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것’이 있다는 점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아마 그래서 예수님은 “너희가 재물과 하나님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하셨는지 모른다.
한홍 새로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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