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에볼라와 싸우는 사람들’을 올해의 인물로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2014년 올해의 인물로 ‘에볼라 바이러스와 싸우는 사람들’을 선정했다고 한다. 보통 타임이나 뉴스위크가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은 유명 정치인이나 CEO 혹은 스포츠 스타나 글로벌 연예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의외의 선택에 나는 흥미를 느꼈다. 타임 편집인 낸시 깁스의 설명을 요약해보면 대충 이렇다.
원래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에는 수십년 동안 존재해 왔던 에볼라가 2014년에 인구가 밀집된 라이베리아, 기니, 시에라리온 지역을 강타하고 나이지리아, 말리, 스페인, 독일, 그리고 미국까지 옮겨가면서 지구촌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에볼라에 걸린 사람들에 의하면 “마치 도끼로 머리를 때리는 것처럼 고통스럽다”고 한다. 이미 6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자기 아이가 눈앞에서 죽어가도 부모는 감염 위험 때문에 안아주지도 못하고 피눈물을 참으며 지켜봐야 한다. 치료하던 수많은 의사나 간호사들까지 전염되면서 에볼라가 창궐하는 지역에서는 서로 손잡거나 안아주는 것도 꺼려한다고 한다.
의료시설이 취약하고 정부가 부패한 아프리카 지역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고의 의료시스템을 갖췄다는 미국 댈러스에서도 첫 에볼라 사망자가 발생하고 그를 치료하던 두 명의 간호사까지 감염되면서 미국도 패닉에 빠졌다. 오하이오의 한 중학교는 직원 하나가 이 두 간호사와 같은 비행기를 탔다고 해서 학교 문을 닫아버렸고, 텍사스의 한 대학은 나이지리아 학생들의 입학원서를 모두 거절했다.
그래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일부러 에볼라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미국 간호사를 백악관에서 안아주는 사진이 급격히 발표된 것이다. 어떻게든 사람들의 공포를 가라앉혀야 했기 때문이다. 합리적이고 침착한 미국이 이 정도였으니 다른 나라들의 패닉은 말할 것도 없었다. 각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까지 비정상적인 공포에 사로잡혀 허둥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수많은 자원봉사자 의료인이 달려왔다. 이들은 아프리카 현지의 용감한 의사 간호사들과 함께 에볼라가 창궐하는 지역에서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이 무서운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데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하나님을 믿는 신앙적 신념으로 온 기독교 의료진도 많았고, 자기도 에볼라에 감염됐다가 살아난 뒤 다시 받은 생명을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바치겠다고 결심한 현지인도 많았다.
에볼라는 지구촌 시대에 신종 바이러스가 주는 위험이 얼마나 큰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경고다. 우리 모두가 오늘밤 편히 잠들 수 있는 이유는 지금도 목숨을 걸고 이 위험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거룩한 희생 때문임을 잊어선 안 된다는 의미에서 이들을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지도층 뉴스만 보도하는 건 편협한 시각
타임이 정말 훌륭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뉴스도 사상이 있고, 정신이 있어야 한다. 지난 몇 주 동안 우리의 언론 뉴스 기사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고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음모설과 대한항공 오너의 딸과 관련된 권위주의적 재벌문화로 거의 도배하다시피 했다. 우리나라에는 청와대와 재벌들밖에 없는가. 그들의 문제는 분명히 다뤄져야 하지만 에볼라와 싸우는 사람들처럼 이 땅에는 작고 평범한 삶의 자리에서 묵묵히 희생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숨은 영웅들이 있다. 그들의 피와 땀, 그들의 기도가 이 모진 역사 속에서 이 민족의 오늘을 지탱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지도층의 뉴스만을 지나치게 보도하는 것 자체가 너무 편협한 시각이다. 그들 유명 지도층이 바뀌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라고 보지 말고, 그들보다 훨씬 많은 숨은 영웅들의 수고가 아직도 살아 있음이 이 땅의 진정한 소망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 언론도 이런 숨은 영웅들의 스토리, 한 알의 이름 없는 밀알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좀 더 많이 찾아내 부각시켜 주는 새로운 접근을 해주면 어떨까.
한홍 새로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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