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사 Column/Articles

칼럼

[바이블시론] [바이블시론-한홍] 리더의 길

숨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대통령이 되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막상 되고 나니 여당, 야당, 각종 로비단체와 언론, 국민 여론의 압력에 발이 묶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퇴임한 한 미국 대통령이 재임 초기에 사석에서 했던 말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집권한 지 벌써 1년이 지나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 해 동안 무엇을 느꼈을까? 추측하건대 대통령은 벌써 그 자리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절감했을 것이다. 물러난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박 대통령 또한 권력의 힘이 아니라, 권력의 한계를 더 많이 깨달았을 것이다. 최고 권력자의 딸로서 어린 시절을 보낸 탓인지 박 대통령은 어쩌면 국가 원수로서 갖춰야 할 품격이 우리나라 그 어떤 대통령보다 몸에 밴 인물이다. 동서양의 어떤 외국 정상들과 만나도 절도 있는 매너와 능숙한 외국어 실력으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높여준다. 아버지를 닮아 근검절약이 몸에 배었고, 강인한 정신력과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의 원칙주의를 고수한다. 북한의 도발에 정공법으로 맞서는 안보의지도 확고하고, 권력을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부정부패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문제는 이런 좋은 장점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다스리는 대한민국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처럼 어딘지 모르게 차갑고, 경직되어 있고, 답답하다는 데 있다. 딱히 잘못된 것도 없는데, 그렇다고 시원하게 잘 되는 것도 없는 것 같은 이상한 갑갑함이 나라 전체에 가득하다.  

옳은 말도 비정하면 반발 사

  작년 한 해 동안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대통령의 말은 “원칙(법)대로 한다”와 “엄단하겠다”이다. 대통령은 이 말을 부정부패와 타협하지 않겠고, 상황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말로 쓰는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은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내 고집대로 하겠다”로 듣는다. 대통령이 깨끗하고 무서운 리더라는 것 모르는 사람 없다. 그러나 그것을 실행하는 방법마저 무서운 얼굴로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진리를 사랑으로 말하라”는 성경말씀이 있다. 옳은 말도 무섭고 비정하게 하면 반발을 사는 법이다. 심리학자들 연구에 따르면 한 개의 비판을 하려면 적어도 그 전에 일곱 번의 칭찬을 해 놓아야 그 비판이 상대에게 먹힌다고 한다. 요즘 청와대에겐 ‘원칙과 엄단’은 있는데, 국민을 사랑하고 격려하는 모습은 너무 안 보인다. 야당 잘못하는 것은 청와대가 나서지 않아도 다 안다. 그러나 야당도 국민이다. 아무리 문제 많은 야당도 지도자가 계속 회초리로만 몰아붙이면 민심이 얼어붙는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1982년 포클랜드 영유권을 두고 아르헨티나와 벌인 전쟁에서 승리해 용기 결단력 애국심으로 무장한 ‘전사 여왕’의 신화를 낳았다. 대처는 아군 전사자 가족 255명에게 일일이 자필 위로 편지를 보내 감동을 줬다. 당시 희소한 여성 정치인을 바라보는 대중의 경계심을 더욱 진한 여성성과 모성으로 정면 돌파한 것이다. 원칙과 신념으로 밀어붙이지만, 뒤로는 따뜻한 엄마 리더십의 사랑이 있어 리더인 것이다.  

창조는 자연스러운 판 만들기

  또 한 가지. 국민들이 신바람 나게 자기 역량을 풀어 놓을 수 있도록 숨통을 좀 열어 줬으면 좋겠다. 창조 경제니 경제 활성화는 해당 부서를 만들고 추상같이 질책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스마트폰, K팝, 한류드라마. 모두 자연스럽게 생겨서 돌아가는 판들이다. 반면에 정부가 규제와 노력으로 지나치게 개입한 알펜시아나 한식 세계화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경제도 심리다. 옛날 시골 장터처럼 일단 판을 만들어 놓으면 아이디어, 상품, 기술, 돈, 사람이 자연스럽게 한 곳으로 모여 예상치 못했던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다. 사랑과 격려와 자유로움 속에 국민들의 역량이 120% 쏟아져 나올 판 만들어주기. 박 대통령 리더십의 부족한 2%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한다.  

한홍(새로운 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