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사회의 많은 기업과 정부기관 등에 가서 리더십 강의를 했다. 신문과 잡지에 몇 년간 리더십 칼럼도 썼다. 리더십 강의와 글쓰기는 목사인 내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세상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선교의 접촉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불신자들과 정기적으로 계속 만나면서 나는 성도들이 몸담고 있는 세상의 현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이 나의 설교와 목회 전략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교회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그중 하나가 우리 교회의 순모임(교구)을 남자와 여자들을 따로 모이게 한 것이다. 그것은 자기 배우자 앞에서 깊은 속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는 급격한 한국사회 구조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33만쌍이 결혼하고 11만쌍이 이혼한다. 이혼율이 3분의 1이다. 특히 우리 교회가 있는 서울 강남 지역은 여성 직장인이 많아 경제적으로 자신 있으니까 이혼 결정이 과감하다. 그런데다가 요즘은 결혼 대신 직장에서의 성공을 추구하는 30대 후반∼40대 초·중반 싱글 여성도 많다. 이제는 여성 사역의 주 대상이 주부들이 아니라 직장여성들로 바뀌어간다. 또 남편과 사별한 여성들도 있다. 이런 여성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교회의 안식처는 바로 여성들끼리 따로 모이는 순모임이다. 남성들의 경우도 그렇다. 요즘은 기러기 아빠들이 많고 이혼한 남자, 사별한 남자들이 많은데 이들을 한 큐에 다 끌어안을 수 있는 것은 남성들만의 순모임이다. 어떤 순들은 스카이프 화상 채팅을 사용해서, 외국 지사로 몇 년간 나가 있는 멤버도 한국 시간에 맞춰 같이 순예배를 드리기도 한다. 또 우리 교회는 청년들이 많이 모이지만 될 수 있는 대로 어른들과 많이 뒤섞여 서로 멘토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한다. 멘토 시스템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김난도 교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시대의 목마름이고, 예수님의 제자 훈련이 보여준 모범이다. 성경 66권 전체를 뚫어주는 성경 아카데미 프로그램도 직장인들이나 해외에 장기 출장가 있는 성도들을 위해 인터넷 TV로 강의를 들으며 이메일로 리포트를 제출할 수 있는 온라인 클래스를 오프라인 클래스와 함께 운영한다. 새벽기도 시간은 보통 교회보다 조금 늦은 6시20분 정도로 하고, 풍성한 아침을 교회에서 준비해 직장인들이 바로 회사로 출근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 교회 새벽기도엔 기러기 아빠들이나 남녀 직장인들이 항상 넘쳐난다. 맞벌이 부부들이 늘고 해외 출장이나 유학 등 갈수록 글로벌화되는 바쁜 도시형 성도들의 현실을 목회 전략에 치밀하게 고려해 넣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복음의 진리만은 붙들어야그렇다고 교회가 세상 흘러가는 대로 끌려가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짐 콜린스는 몇 십년이 넘도록 롱런하는 초일류 기업들은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을 확실하게 한다고 한다. 늘 변하는 시대 트렌드를 읽어서 거기에 유연하게 대처하지만 그 기업의 핵심 가치만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거다. 예를 들어 디즈니사 같은 경우는 매년 새롭고 다양한 상품들을 내놓지만 고객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핵심 가치관만은 수십년 동안 꽉 붙들고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한국사회의 급격한 구조 변화를 잘 읽고 거기에 유연히 대처하지만 복음의 진리만은 우직하게 타협하지 말고 붙들어야 한다. 한때 조엘 오스틴에게 열광하던 미국교회가 이제는 성경적 제자도를 있는 그대로 전하는 36세의 젊은 목사 데이비드 플랫의 ‘래디컬(Radical)’에 뜨겁게 반응하는 것을 보라. 현실을 예리하게 직시하면서도 복음의 돌직구를 던질 수 있는 초연함. 그게 이 시대의 진정한 영적 리더십이 아닐까.한홍 새로운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