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사 Column/Articles

칼럼

[바이블시론] [바이블시론-한홍] 중국의 고민

숨김
현존하는 최고의 역사학자 중 하나인 하버드대 닐 퍼거슨 교수는 지난해 ‘문명(Civilization)’이란 베스트셀러를 냈다. 이 책은 15세기까지만 해도 동양 문명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였던 서구 문명이 짧은 시간에 동양을 꺾고, 세계를 재패할 수 있었던 6가지 비결을 다루고 있다. 첫째는 경쟁이다. 중세제국의 중앙집권제가 와해되면서 작은 도시국가와 기업, 개인들 간 치열한 경쟁체제가 서구 유럽의 발전을 가져왔다. 둘째는 17세기 이후 수학과 천문학, 물리, 화학, 생물학에 걸친 서양의 엄청난 과학 기술 발전이다. 이로 인해 서구 문명은 순식간에 산업화를 이루고 현대식 무기들을 대량생산해 군사적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셋째는 개인 재산권을 보장해 주고, 서로 간의 이해가 충돌할 때 그것을 합리적으로 중재해주는 법 체제, 그리고 개인 재산 소유주들이 이끌고 나가는 민주 공화정치 시스템이다. 넷째는 의학과 약품의 발전이다. 페니실린을 비롯한 획기적인 의학 분야의 발전으로 서양인들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길을 열었다. 다섯째는 소비자 사회이다. 의복과 여러 물품의 생산과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경제 시스템,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준 산업혁명의 힘이다. 여섯째는 노동 윤리이다. 기독교(특히 개신교) 신앙에 뿌리를 내린 근면하고 정직한 노동정신으로 서양인들은 착실히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잠재력 크지만 문화 상실

  퍼거슨 교수는 그러나 21세기로 접어든 오늘날, 파워는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 중이며 조만간 중국이 미국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따라잡을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저명한 미래학자 존 네이스빗과 함께 퍼거슨은 중국의 잠재력을 엄청나게 높이 평가하는 사람 중 하나다. 나는 퍼거슨의 예리한 통찰력에 경의를 표하지만, 그가 말하는 중국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수년 전 중국 정부는 이제까지 세계를 제패했던 여러 문명을 연구하고 분석한 ‘대국굴기’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단행해 TV 프로그램과 책으로까지 낸 적이 있다. 로마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등 한때 세계 역사를 주도했던 문명들의 흥망성쇠를 다루면서 은근히 이제는 중국의 시대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국 연구팀을 좀 당황하게 했던 것은 이들 강한 제국들을 만든 핵심 비결이 바로 근면하고 정직한 정신문명이었고, 그 뿌리가 바로 기독교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그 후 기독교에 대해 아주 심도깊은 연구를 해오고 있다고 알고 있다.  

기독교 통한 정신문명 필요

  이것은 중국이 단순히 서방국가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중국은 문화대혁명 이후 유교 사상을 포함한 선조들이 남겨놓은 빛나는 사상과 문화를 대부분 상실했다. 그런데 경제개방을 하면서 돈의 맛을 보게 되자 중국인들은 돈 되는 일이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서운 사람들이 됐다. 당국이 아무리 무섭게 단속을 해도 쏟아져 나오는 짝퉁 상품을 막을 길이 없고,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막을 길이 없다. 중국 지도층은 민중을 선동해 기존 권위체제를 흔드는 파룬궁 같은 종교는 경계하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인들의 허물어진 도덕성과 정신문화를 메울 어떤 것을 원한다. 그러나 동시에 19세기 성경을 갖다 주면서 동시에 한쪽으로는 아편을 가져온 영국인들의 선교에서 받은 상처가 깊다. 그래서 중국에 선교하려면 돈을 보내고 교회건물을 지어 올리는 식의 물량주의 선교가 아닌, 정말 기독교를 통해 나라가 정직하고 깨끗해질 수 있음을 인식시켜줘야 한다. 중국이 기독교 복음으로 인해 부강한 나라이면서 도덕적으로 존경받는 나라가 될 때 그것은 북한의 문을 여는 데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지 않겠는가.  

한홍 (새로운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