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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바이블시론-한홍] 콘텐츠로 진검승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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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한홍] 콘텐츠로 진검승부하라

2012년 12월 31일 미국의 대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가 인쇄판 잡지 발행을 중단하고 온라인 전용 매체로 전환한다는 충격적 발표를 했다. 1933년 타임의 국제뉴스 편집장이었던 토머스 마틴이 창간한 이래 친정 격인 타임지와 쌍벽을 이루는 세계적 시사주간지로서 9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뉴스위크였다. 그동안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손을 들고 만 것이다. 혹자는 이 사건을 이제 아날로그 종이판 잡지 시대의 종말이며, 디지털 온라인 잡지 시대의 시작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타임지는 건재하기 때문에 그것은 좀 성급한 판단인 것 같다. 뉴스위크의 몰락은 아날로그 인쇄물의 몰락이라기보다 내부의 복잡한 비즈니스 부실 경영이 더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능력은 속도 아날로그 시대의 경쟁력은 오랜 시간에 걸친 경험과 기술의 축적이다. 여기서는 일본과 독일 같은 철저한 장인정신의 나라가 챔피언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신제품을 남보다 빨리 개발하고 만들어 파는 것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빠른 속도야말로 디지털 시대에서 가장 요구되는 능력이었고, 여기서는 성질 급한 한국인들의 기질이 최고의 경쟁력이 됐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인들은 가진 것 없고 아는 것 없어도 과감하게 일단 질러보는 데 선수다.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곳은 대기업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결정력과 추진력을 자랑한다. 디지털 시대, 글로벌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엄청난 플러스 요소다. 그래서 일본을 앞지르고 디지털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 바로 이 강점이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이전에 없던 것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내는 기본적 기술이 있고, 기존 기술을 개량하고 개선하는 기술이 있다. 아날로그 시대를 주도한 일본이나 구미에서는 기본적 기술이 강한 데 반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강자인 삼성 같은 한국 기업은 남이 만들어놓은 기본 기술을 빠르게 혁신하고 개량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장기전으로 가게 될 때는 디지털 시대의 강자는 내용은 없는 데 표현만 강한 속 빈 강정이 될 위험성이 크다. 시간이 가면 기술을 가진 자는 스토리를 가진 자에게 종속되기 쉽다. 한때 PC와 텔레비전에 중독된 어린이들이 더 이상 책을 보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러나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가 그 통념을 산산이 깨버렸다. 전 세계 서점가를 파도처럼 쓸어버린 해리포터 시리즈는 디지털 시대일수록 가장 중요한 승부처는 콘텐츠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려줬다. 카카오톡의 창시자 김범수씨는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검색보다 사색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한 시간가량 온전히 독서 삼매경에 빠진다고 한다. 신세대 가수들이 7080 혹은 90년대 노래들을 리메이킹하는 이유는 그만큼 창조적 콘텐츠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핵심역량으로 선택과 집중 세계는 이제 인터넷 홈페이지의 시대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시대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홈페이지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총망라해서 펼쳐주는 것이었다면 앱은 쓸데없는 것 다 걷어버리고 가장 경쟁력 있는 몇 가지만 심플하게 보여준다. 핵심역량으로 승부하는 선택과 집중의 시대가 돼버린 것이다. 그래서 내용이 없는 설교와 사역 프로그램들을 앱으로 올렸다가 오히려 역효과를 본 교회들이 많다. 교회는 더 이상 건물과 교인 수로 세상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정말 깊은 영성과 치열한 연구 끝에 빚어낸 설교 메시지와 삶으로 실천하는 섬김을 보여줄 때 그것이 세상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영적 흡인력이 될 것이다. 이제 정말 콘텐츠로 진검승부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한홍 (새로운교회 담임목사) Copyright by kukminilbo. Kuki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