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한홍] 피터팬 신드롬
입력:2013.01.31 17:49
최근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 되기를 기피하는 ‘피터팬 신드롬’이 계속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현상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 중소기업
지원정책이다. 정부의 각종 중소기업 지원제도가 100개가 넘고, 신용보증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관련 예산이 지난 20년간 약 80배 넘게 증가했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면 정부의 이 모든 세제·재정 지원이 확 줄고, 오히려 규제는
늘어난다. 그래서 기업을 쪼개거나 성장을 기피해 중소기업으로 남으려 하는 병폐가 생긴 것이다. 이로
인해 경제구조가 취약해졌는데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 마련에 부심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듯싶다. 기업들이 다 성장하고 싶어 한다지만, 성장도 자기에게 유익이 될 때까지이지 정작
성장의 대가를 치러야 할 시점이 되면 다들 거기서 멈추려 한다.
도움에 안주하는 복지의 역설
단순히 기업에 국한된 얘기도 아니다. 미국에서도 미혼모들이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정부의 지원이 끊기는 것을 두려워해서라고 들었다. 능력이 없는 아빠보다는 차라리
아빠가 없는 것이 살림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진짜 힘든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사회복지제도의
역기능 현상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복지의 천국이라던 유럽 국가들마다 이런
이유로 일하지 않으려는 국민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지 오래됐다. 일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베데스다 못가에 앉은 38년 된 앉은뱅이에게 예수님은 “네가 진정 낫기를 원하느냐?”고 물으셨다. 그
말씀에는 “네가 진정 회복된 뒤에 치러야 할 대가를 치를 각오가 되어 있느냐”는 의미도 있지 않았을까.
앉은뱅이로 살 때는 아무리 늦게 일어나도, 땀 흘려 노동하지 않아도, 사람들을 함부로 막 대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다 그냥 참아주고 넘어가 준다.
그러나 이제 나아서 걷게 되면 더 이상 핑계가 없게 된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철저히 자기가
책임지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과연 그는 정상적인 육체를 가진 삶, 책임지는 자유인으로서의 새 삶을
살아갈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인가? 낫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후의 새로운 삶을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노력이 필요하다. 예수님께서 물으신 것은 “과연 네가 그럴 각오가 되어 있느냐?
완전한 치유의 대가를 치를 수 있느냐? 이전의 나태와 핑계의 삶을 박차고 일어나 새로운 지위에
걸맞은 인생을 살 수 있느냐?”이다.
극복 의지 있을 때 성장 가능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에서 애국가를 부른 박모세씨는 우리에게 신선한
도전이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뇌의 90%를 절단하고 기적같이 살아난 장애인이다. 그러나 부모의
신앙과 사랑으로 찬송가를 부르는 재능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애를 태웠다.
그러다 그의 딱한 사정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주변 복지단체와 기업의 후원을 받게 되어 성악레슨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꿈은 더 어려운 사람을 가르치고 돕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재활학교에서 학우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있다고 한다.
혼자 힘으로 일어날 수는 없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일어났지만 그 도움을 당연시 여기지 않고 그
안에 안주해 버리지도 않는다. 잿더미에서 일어날 때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산다. 그러나 그
도움은 반드시 일어나 걷겠다는, 그때부터 땀 흘리고 대가를 치르겠다는 본인의 강인한 의지와 맞물릴
때 빛을 발한다. 그리고 미약하지만 자기도 남을 일으켜 세워주는 일을 조금씩 실천해 갈 때 한 모금의
감동이 된다. 그것이 이기적인 피터팬 신드롬을 넘어서는 진정한 크리스천 정신일 게다.
한홍 새로운교회 담임목사